시제? by 19970504

 그는 고민한다.

 그가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한참 나서 첫 글을 썼다. 그 뒤로도 10일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어영부영 두 번째 글을 쓴다. 그는 일이 바빠 평일엔 개인적인 용도로 컴퓨터를 쓰지 않는다. 주말에는 시간이 많지만, 그다지 성실하지 않기에 만화나 보든지 SNS나 하든지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고 글에 대해서는 생각만 한다. 그 와중에 변명이지만, 그는 한 가지 주제에 얽매여서 좀처럼 글을 쓰지 못했다. '과연 글을 쓸 때 글의 시제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덕분에 지금 쓰는 글에는 과거시제와 현재시제가 뒤죽박죽이다. 물론 지금 당장 그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표현이기에 현재시제로 표현한 것도 있긴 하다.-이제 '그'라고 표현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그가 쓰는 '관찰일기'라는 글이 아니더라도, 만일 소설을 쓴다면 시제는 무엇으로 해야 할까? 그의 원래 생각은, 대부분 글은 일어난 일을 -실제로든 작가의 머릿속이든-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의 일로 간주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과거시제를 써야 한다. 하지만 고민을 시작하면서 혼란스러워졌다. 그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좋아한다. 그가 글을 쓰기로 시작한 계기도 -이전 글에도 써놨지만-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으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당연히 첫 글은 그의 과거를 이야기하듯 풀어나갔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진짜 과거이긴 했다. 하지만 첫 글을 쓰고 나서 알랭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으면서 그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알랭의 -생각해보면 번역가의 것일지도 모르는-글은 모두 현재시제를 사용한다. 알랭의 글은 그가 글을 쓰기로 한 계기이다. 그에게 선생이나 다름없는 글들이 지난 이야기들을 -소설이지만- 당장 일처럼 이야기해준다. 그럼 선생을 따라야 할까. 하지만 무작정 한가지만을 따르기엔, 그는 생각과 의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일단 글을 썼다. 그가 만든 블로그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머릿속으로 아니면 가끔은 노트에 끄적이며 몇 가지 글을 썼다. 그리고 검색도 했다. 서사적 과거와 역사적 현재. 당장 이해는 잘되지 않았지만, 그는 억지로 이해했다. 몇 가지 글을 쓰면서 그는 과거와 현재의 시제의 차이를 실감하려 했다. 결과는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는 결국 지금까지도 두 시제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한다. 두 형태 다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는 결국 아무렇게나 쓰기로 했다. 원래 아무렇게나 쓰기로 시작했던 글이다. 그때그때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나갈 것이다.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


관찰일기 by 19970504

 그는 글을 쓰기로 했다.

 멋진 글을 쓰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었다. 그냥 글을 쓰기로 했다. 주인공은 '그'였다. 왜 '나'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것 역시 그냥 그러기로 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만들자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기 위해서 라든가 이상한 소리만 나온다. 그러니까 그냥. 그는 여태 여러 번 글을 써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죄다 A4의 반도 되지 않는, 단편이라고도 하기 뭣한 습작들뿐이었다. 제일 길게 쓴 글은 아마도 대학 과제였을까. 써 본 적 없다고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글은 문장도 서툴고 맥락도 제멋대로였지만, 그는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쓰기로 마음먹었으니까. 그저 넘쳐서 놓쳐버릴 것만 같은 생각들을, 가만히 있더라도 빛이 바랠 것 같은 생각들을 어떻게든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이름은 '관찰일기'로 지었다. 그 자신을 관찰하는 일기. 라기보다는 그냥 문득 스친 제목에 이유를 붙였다. 원래 다 그런 것 아닌가. 그는 생각하기도 했다.

 글을 쓰자고 마음먹은 계기는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다가 생겨났다. 알랭의 글은-알랭이라 해야 할까 보통이라 해야 할까- 그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작은 일상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갑자기 의미의 본질적인, 철학적인, 거시적인 관점으로 변해간다. 그러면서도 그 작은 주제를 놓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마음에 들었다. 그 자신의 일상도 알랭의 글처럼 되어갔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욕망이 생겨났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사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계기가 마련되어 시작만 한다면 그만인 것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으니까. 아니 글뿐 아니라 무엇인가 창작한다는 데에 목마름이 있었다. 그는 언제는 그림을 그렸고, 언제는 가사를 쓰기도 했다. 직접 작곡한 음악에 맞추어 노래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음치인 사실이 한탄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하지만 항상 귀찮음과 권태로움에 뒤섞여 이렇다 할 완성품도 없이 몇 개의 습작만 남긴 채 끝내 흐지부지되었다. 이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는 시작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어쨌든 시작은 중요하다.

 굳이 누군가에게 보여줄 것은 아니지만, 굳이 그는 블로그를 개설해 글을 썼다. 이유는 그도 잘 모른다. 항상 그가 무엇을 할 땐 '그냥'이라는 것이 많이 붙어왔다. 혹 남이 봐주었으면 하는 것은 아닐까. 그는 생각했지만 이런 글을 누가 볼까 싶기도 했다. 아무 글. 정말 아무 글이었다. 흔히 말하는 아무 말 대잔치라는 것이 이런 건 아닐까.

 어쨌거나 그는 글을 쓰기로 했다. 언제까지 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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